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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프리즈너스 리뷰(인간이 인간에게 감당하게 하는 고통에 대해)

by 모찌맘마 2025. 5. 9.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리고 그 중에 한 일부는 우리가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의 아이가 아무 예고도 없이 사라진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철저하게 흔적을 지운 누군가가 있다면 말이다. 영화 프리즈너스는 바로 이런 사건에서 시작하게 된다. 영화 프리즈너스는 스릴러 장르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본성과 도덕의 경계선, 사랑과 분노가 뒤엉킨 치열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끝내 관객을 옭아매며 한참 동안 마음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추수감사절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도버 가족과 버치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며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그 하루는 곧 지옥으로 바뀌는데 두 가족의 막내딸이 집 근처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경찰이 출동하고 마을 전체가 뒤집히며 수색이 시작되었지만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의 행방은 알 수 없다. 결정적인 단서처럼 등장한 낡은 캠핑카의 주인 알렉스는 체포되지만 그의 지적 능력은 아이 수준이고 경찰은 그를 곧 석방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두 개의 축으로 나뉜다. 한 축은 법과 절차에 따라 냉정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형사 로키이고 또 다른 축은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분노 속에서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아버지 켈러 도버이다.

켈러는 법이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알렉스를 납치해 버려진 집 지하실에 가두고 고문을 시작한다. 아이가 살아 있다는 단서가 이 청년 안에 있다는 확신이 그를 움직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돌아오지 않고 알렉스는 점점 말이 없어지게 되었다. 고통은 모두에게 확산되는데 영화는 여기서부터 단순한 '누가 범인인가'라는 추리 게임이 아닌 '이 모든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라는 물음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관객은 켈러의 행동을 응원하면서도 동시에 그로 인해 일그러져가는 인간성을 바라보며 괴로워하게 된다.

로키 형사는 그와는 정반대로 행동하는데 그는 끝까지 증거를 추적하고 관계자들을 만나고 미세한 단서들을 조합해 나가며 수사한다. 수첩에 메모를 빽빽이 적고 눈을 자주 깜빡이는 그의 모습은 세상과 끊임없이 싸우며 자신을 지탱해 나가는 인물의 불안함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의 수사도 끝없는 장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실마리를 잡은 듯 보이면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결정적인 증거는 늘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하나 둘 드러나는 인물들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단순한 유괴 사건 너머에 숨어 있는 더 큰 비극의 흔적을 보여준다.

영화 프리즈너스는 한 번도 과하게 소리치지 않는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은 무척 절제되어 있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어두운 색감, 흐린 날씨, 정적이 깔린 배경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극적인 장면에서도 음악은 요란하지 않으며 오히려 침묵이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관객들은 등장인물의 숨소리나 눈빛, 떨리는 손끝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연출은 스릴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감정의 흐름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주연과 조연의 연기도 매우 수준이 높은 영화인데 휴 잭맨은 분노와 절망, 광기와 후회가 동시에 뒤섞인 아버지를 너무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우리는 그가 무너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고통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함께 체험하게 된다. 제이크 질렌할의 형사는 그와 정반대의 결을 가지고 있는데 냉철함 속에 감춰진 흔들림, 질주하다가 결국 멈춰서는 인간적인 모습은 이 인물이 단순한 수사관이 아님을 알려준다. 그 밖에도 조연인 폴 다노가 연기한 알렉스는 거의 말이 없지만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에 대해 이 모호함은 영화가 던지는 또 다른 질문이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은 건 영화의 결말이다.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사건은 결국 해결이 된다. 범인이 드러나고 아이는 구조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버가 어딘가에 갇혀 있고 로키가 그의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멈춰서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감정적 정점이다. 구원은 이뤄졌지만 희생도 있었다. 그리고 그 희생은 다시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프리즈너스는 한 편의 범죄영화로 볼 수 있지만 인간 심리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과 정의를 실현하고 싶은 욕망 그리고 동시에 지켜야 할 윤리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영화는 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흑백이 아닌 회색으로 그려낸다. 우리는 켈러 도버의 행동을 끝까지 비난할 수 없으며 로키 형사의 냉철함에도 때때로 불신을 느낀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가장 깊은 질문이다.

영화 프리즈너스는  만약 이러한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통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대답은 아마도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