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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경제적 초과와 정치의 역설

by 모찌맘마 2025. 5. 5.

사람들은 뉴스에서 종종 이해하기 힘든 정책들을 접하곤 한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예산이 통과되거나 오래된 규제가 개편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 심지어 누구나 "이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업도 버젓이 집행되고는 한다. 경제학의 기본 원칙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다. 그런데 현실의 정책은 왜 이토록 비효율적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경제학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정치와 제도 그리고 인간의 심리가 엮여 있는 복합적인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초과라는 개념은 이 문제의 핵심을 설명하는 열쇠가 된다. 경제적 초과란 소비자와 생산자가 얻는 순이익이고 사회 전체가 얻는 이익이다. 이는 효율적인 정책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 ‘경제적 초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는 점이 바로 ‘정치적 유인’이다.

현실의 정치에서는 전체의 이익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훨씬 강력하게 작동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 공항을 짓는다고 가정했을때 경제성 평가 결과 수요가 부족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추진되는데 바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선거에서 중요한 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직적이고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반면 공항 건설로 인해 간접적으로 손해를 보는 국민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반대 목소리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게 ‘집중된 이익’은 ‘분산된 손해’를 압도하게 된다. 정치인은 지지층의 확실한 만족을 위해 비효율적인 정책을 선택할 유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전체 사회의 손해를 초래하는 상황은 매우 자주 발생한다. 농업 보조금과 특정 업종 규제 완화, 지역 기반의 개발사업 등 대부분의 정치적 결정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경제학적으로는 후생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당장의 표를 얻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경로의존성이다. 어떤 제도가 한 번 만들어지면 그 제도가 아무리 비효율적이라 하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도가 정착되면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생기고 이들은 그 제도 안에서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에 변화 자체를 강하게 저항한다. 예시로 오랜 기간 동안 운영된 보조금 제도나 공기업의 독점 체제 등은 제도 변화의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잘 바뀌지 않는다. 이는 단지 정치적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고 제도를 바꾸는 데 따르는 전환 비용과 불확실성은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정책 속에 계속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지를 생각해보면 완벽한 해법은 없다. 하지만 정책의 설계 과정에 순편익(net benefit)을 기준으로 삼는 문화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는데 즉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느냐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편익이 창출되는지를 따지는 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의 정책 평가와 사후 검증 시스템이 중요하다. 정책이 끝난 뒤에도 그 효과와 한계를 분석해 다음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효율의 반복을 줄일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시민의 경제적 이해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유권자들이 단기적인 이익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장기적 효과와 사회 전체의 비용 구조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정치인들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책의 질은 유권자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나라의 국민에게는 그 수준에 맞는 지도자가 탄생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비효율적인 정책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나 제도, 인간의 심리 그리고 이해관계의 복잡한 얽힘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우리는 매번 왜 이 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지만 그 이면에는 시스템 전체의 유인이 존재한다. 진짜 해결은 정책 하나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을 가능하게 만든 정치적·제도적 구조를 이해하고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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