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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유행대란 포켓몬빵과 희소성

by 모찌맘마 2025. 4. 13.

2022년, 2023년 대한민국 편의점과 마트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상품이 있다. 바로 포켓몬빵입니다. 단순한 빵 하나가 왜 그렇게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까? 사람들은 왜 새벽부터 줄을 서고 빵보다 안에 들어있는 스티커에 열광하며 품절 대란이라는 현상을 만들어냈을까?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나 장난스러운 소비 행태로 볼 수도 있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매우 전형적이고 흥미로운 원리가 숨어 있다. 바로 경제학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수요와 공급, 그리고 희소성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의 가장 기초 원리는 이렇습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가 희소할수록 사람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나 가치 역시 높아진다. 포켓몬빵은 1990~200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상품이다. 제조사인 SPC삼립은 당시 어린이들이 빵보다 스티커 수집에 열광했던 그 감성을 그대로 소환하면서 매우 영리한 전략을 펼쳤다. 옛날 소비자들은 이제 2030대 직장인이나 부모 세대가 되었고 자녀와 함께 과거의 추억을 공유하거나 개인적 소장욕구를 채우기 위해 포켓몬빵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조사는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기보다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함으로써 희소성(Scarcity) 효과를 극대화했다.

 

포켓몬빵 열풍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스티커의 희소성이다. 빵 가격은 1,500원~2,0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빵 안에 들어 있는 스티커 중 일부는 중고거래 사이트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1장에 수만 원 또는 심지어 수십만 원에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는 경제학적 희소성 원리의 대표적인 결과이다. 특정 상품이 공급은 제한적이고 수요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그 가치는 원래의 본질적인 가치보다 훨씬 높게 평가되기 마련이다. 다른 예로는 에르메스(Hermes)의 버킨백도 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싼 명품인데도 불구하고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한다. 또한 중고 명품 매장샵에서 사려면 웃돈을 더 주고 사야한다.

포켓몬빵 이야기로 돌아와서 포켓몬빵의 스티커는 랜덤(Random) 요소까지 가미되어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캐릭터 스티커가 나올 확률은 낮고 이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빵을 구매하거나 다른 소비자와 거래나 교환을 해야 한다. 이 구조는 확률형 소비 또는 랜덤형 상품 판매 전략으로 불리며 소비자의 반복구매를 유도하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이다. 게임 아이템 뽑기, 트레이딩 카드 등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방식인데 이런 랜덤 요소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해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스티커가 나올 때 까지 계속해서 빵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포켓몬빵의 진짜 상품은 빵이 아니라 스티커였던 것이다.

 

포켓몬빵 사태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어린이 간식이었던 상품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마치 희귀 수집품이나 투자 자산처럼 취급되었다는 점이다. 빵을 먹으려고 산다기보다 스티커를 얻기 위해 산다는 소비자 행태는 전형적인 희소 자원 확보 경쟁의 양상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티커 개수 인증이나 컬렉션 자랑, 빵 재고 정보 공유, 빵 사재기 후 되팔기 등 다양한 소비자 행동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경제학의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원리도 관찰된다.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며 특정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스티커를 구매하는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포켓몬 빵을 입고하는 단골 편의점 사장님께 따로 연락을 해 입고되는 시점에 연락을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또한, 이런 품절 대란은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FOMO(Fear of Missing Out, 놓치고 싶지 않은 심리)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졌다. 남들은 다 샀는데 나만 못 샀다라는 심리 또는 지금 아니면 못 구한다는 조급함, 나도 하나쯤은 가지고 싶다는 집단적 욕구가 결합하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SPC삼립 입장에서는 굳이 물량을 무한정 공급하지 않고도 소비자의 욕구를 유지하며 장기간 마케팅 효과를 유지할 수 있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소비 놀이 문화랑 수집 문화로 발전하면서 또 다른 경제적 가치를 형성하게 된 셈이다.

 

포켓몬빵 현상은 단지 과거의 추억팔이가 아니라, 현대 소비경제의 중요한 트랜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물건이 주는 희소성, 상징적 가치, 감정 등을 함께 소비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경험재(Experience Goods) 또는 상징재(Symbolic Goods)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품의 물리적 가치보다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 가치, 사회적 상징성, 개인적 의미가 그 제품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짓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앞으로의 기업 마케팅 전략에서도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희소성 전략, 스토리텔링, 한정판 전략, 랜덤형 판매 방식 등이 더욱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희소성과 감정 소비가 때로는 합리적 소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내가 진짜 필요해서 사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사니까, 지금 아니면 못 살 것 같아서 사는 FOMO에 의해 소비하는 것인지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포켓몬빵 하나가 보여준 경제학적 원리이다. 그리고 수요와 희소성의 관계는 우리 일상 어디에서나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경제현상이다. 앞으로 또 어떤 제품이 이런 품절 대란과 경제적 희소성의 상징이 될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보는 재미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