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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기분에 따라 소비하는 당신, 감정의 경제학

by 모찌맘마 2025. 4. 9.

사람들은 종종 기분이 안 좋아서 샀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때 혹은 반대로 너무 기분이 좋아서 오늘은 나를 위한 선물을 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소비를 선택한다. 문제는 이런 소비가 항상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분명 필요하지도 않고 가격도 합리적이지 않고 비싸다고 느끼면서도 신용카드를 긁는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감정의 경제학(Emotional Economics)’, 혹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인 것으로 전제하지만 현실은 사람들의 감정이 경제적 판단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감정의 경제학에서 기분소비의 매커니즘 중 가장 먼저 주목하는 것은 기분이 소비 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분노와 슬픔, 우울감, 허탈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소비자의 충동구매 확률을 높이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능성까지 증가시킨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 중 하나가 카네기 멜론 대학의 행동경제학 실험이다. 이 연구에서는 슬픈 영상을 시청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무려 300%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우리 뇌의 자제력을 약화시키고 현재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보상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걸 사야 기분이 좀 나아지고 풀릴 것 같아라는 보상심리에 따른 인식이 형성되고 이는 실제 소비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또 다른 감정 소비의 원인으로는 기분 전환의 기대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월급날 평소에는 비싸서 먹지 못하는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힘들거나 중요한 일을 끝낸 후 대중교통 대신 택시를 타거나 비싼 자신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는 행동은 기분 전환을 목적으로 한 소비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이러한 행동이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심리적 효용(psychological utility)을 극대화하는 행동으로 해석합니다. 다시 말해 소비한 물건 그 자체보다도 소비가 주는 감정적 보상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제품 광고에서 가격이나 기능보다도 당신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를 강조하며 소비자의 감정에 호소한다. 이는 마케팅 심리와 소비 심리학의 결합이고 감정경제학이 실생활에 반영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반대로 기분이 나쁠때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기분이 좋을 때도 문제는 발생한다. 기분이 좋아서 이것 저것 다 사버렸다는 얘기가 있듯이 긍정적인 감정 또한 소비를 합리적 판단 없이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곤 한다. 행복하거나 흥분된 상태에선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지고 할인 이벤트나 한정판 상품에 대해 지금 아니면 못 사라는 착각을 일으킨다. 아마 오늘까지 할인이라고 해서 샀는데 내일도 그 물건이 버젓이 할인하고 있는 경험 누구나 다 해봤을 것이다. 이는 포모 FOMO(Fear of Missing Out,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심리로 설명할 수 있고 홈쇼핑에서 방송할 때 실시간 잔여 수량과 전화량 표시, 인터넷 강의를 구매할 때와 같이 타이머 형식의 이벤트 배너 등이 이러한 소비 심리를 노리고 설계된 기능이다.

하지만 이런 소비는 처음에는 만족스럽지만 시간이 지나 후회를 불러오기도 한다. 감정에 기반한 소비는 구매 후 만족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로 인해 다시 감정적 허탈감이 생기고 후회 소비 → 스트레스 → 또 다른 소비라는 악순환 고리에 갇힐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자기통제 실패(Self-Control Failure)라 일컫고 사람들이 단기적인 감정 보상에 집착할수록 장기적인 재정 목표(예를들면 투자나 저축, 예금 등)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이유로 치팅데이라는 명목하에 야식을 시켜 먹는 것과 같은 구조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이는 명백한 비합리적 선택이지만 감정이라는 변수는 이성적 사고를 쉽게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충동적인 감정 중심의 소비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행동경제학자들은 몇 가지 해결책을 제안한다. 첫째로 지출 앱을 통해 감정과 소비 간의 관계를 기록하고 소비 일기를 작성하면 자신이 어떤 기분일 때 소비가 늘어나는지 인지할 수 있다. 인식하는 것이 제일 첫번째 할 일이다. 예를 들어 월요병에 걸려 힘든 월요일마다 충동구매가 많다는 패턴을 발견하면 그 날은 쇼핑 앱의 알림을 끄거나 삭제하는 식으로 선제적 차단이 가능하다.

둘째로 소비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나는 왜 이걸 사려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단순한 자극 반응을 차단하고 감정을 배제하고 현 상황에 맞춰 필요 기반의 소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적으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생각하는 것도 유익하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화가 난다고 당이 가득한 음료를 6,000원 주고 사는 대신 그 돈을 모아 향후에 더 가치 있는 것에 쓸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다면 감정 소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선불 충전 방식(교통카드, 기프트카드 등)은 지출의 고통을 줄여 감정 소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실제 결제를 체감할 수 있는 신용카드/현금 결제를 일부러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감정 소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더 현명하고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경제학은 인간을 항상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우리는 매 순간 분위기나 감정, 기분에 따라 돈을 쓰고 때로는 그 소비를 통해 위로를 받기도 또는 반대로 후회하기도 한다다. 이처럼 감정은 소비의 강력한 결정의 변수이고 이를 무시한 경제 분석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다행히 행동경제학과 감정의 경제학은 이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인간적인 소비를 이해하려는 다양한 연구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기분이 좋을 때 혹은 나쁠 때 나를 위한 소비를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소비하려는 순간 이걸 왜 사려는지, 정말 필요한 소비인지 그리고 이 감정이 나를 충동적으로 끌고 가는 건 아닌지를 잠시만 생각해보고 브레이크를 건다면 보다 현명한 소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경제학을 현실에 적용하려면 인간 행동과 선택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해야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감정과 심리라는 보이지 않는 변수가 항상 존재하고 있는것을 고려해야 한다.